티스토리 뷰
인간을 극한으로 내몰게 하는 PCT
개봉 - 2015년 1월 22일 (한국)
장르 - 드라마, 실화
감독 - 장 마르크 발레
각본 - 닉 혼비
주연 -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러닝타임 - 115분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미국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Pacific Crest Trail)를 도보한 94일간의 여정을 책으로 담은 '와일드'를 영화한 작품입니다.
PCT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을 잇는 4,285Km의 도보여행 코스입니다. 쉽게 말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10배에 해당하는 거리라고 합니다. 25개의 국유림과 6개의 국립공원을 통과해야 하며 자연재해와 야생동물의 위협도 견뎌야 하는 악마의 코스라고 합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도 쉽지 않으며 평균 152일 만에 완주를 하며, 연간 125명 정도만 성공할 정도로 힘든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셰릴의 책에 감동받은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습니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시작한 도보여행
자신의 삶을 절대적으로 의지했던 엄마(로라 던)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셰릴(리즈 위더스푼)은 마약과 방탕한 삶을 살며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폭력적인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엄마는 유일한 버팀목이 이었습니다. 그런 엄마와 이제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고 했던 그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방탕한 생활로 이혼까지 하게 되고, 원치 않던 임신으로 아이까지 지우게 됩니다.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쓰레기 같은 삶을 사는 자신을 발견한 셰릴. 인생의 벼랑 끝에서 우연히 PCT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재활원에 들어가는 대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공간 PCT 그 여정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한 트레킹. 연료를 챙기지 못해 차가운 죽을 먹어야 했고, 밤에는 작은 소리에도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자기 몸집보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어깨와 허리에 배낭 자국이 깊게 파이고,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발톱이 빠지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정을 이어 나갑니다. 처음부터 수없이 후회하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합니다. 그녀를 무너지게 한 것도 엄마였고,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도 엄마였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육체적인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해내고 자연에서 기쁨과 용기도 얻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무너진 인생과 엄마를 잃은 슬픔을 이겨 내고 앞으로 자신의 삶을 걸어갈 힘을 찾게 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
걷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단지 걷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기에 더 의미있었던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걷기 통해서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육체적 고통만 있다면 누구도 걸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셰릴 역시 걷고 또 걸으면서 자신의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답을 찾아갑니다. 그녀가 걸으면서 마주하는 시련과 고통,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손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들은 우리의 인생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에서 PCT를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셰릴의 도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껴집니다. 몇 년 전 제주도 올레길 걷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PCT는 차원이 다른 코스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생이 무너졌을 때 나라면 그녀처럼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그걸 극복해 낼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 힘든 트레킹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용기가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런 용기는 삶을 살아 가는데 큰 힘을 주게 됩니다. 흘러가게 내버려 둔 인생은 얼마나 야생적이었던가라고 영화 마지막에 나왔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삶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그대로 주저앉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셰릴의 엄마가 말했듯이 일몰과 일출이 매일 있고, 인생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희망을 말해 줍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다가와서 나 자신만이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은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도 도 없고,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내 삶이 많이 힘들다고 느낀다면 꼭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